' 그것은 우연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 

2003년 8월 8일 오전
Intelaken Ost 역을 출발한 Lauterburunnen 행 열차 안... 선그라스를 낀 어떤 한국 누님을 알게 되었다. SBS의 모 유명프로그램의 작가였던 그분에게 Lauterburunnen 의 숙소 조언을 얻기로 한다.

' Stocki Haus ' 

인터넷 예약만 받는다는 그곳이었지만, 당시 예약하고 다니는 것과 거리가 먼 여행이었기 때문에 다짜고짜 그분을 따라가기로 했다. 그리고 만났던 Stocki Haus 의 할머니를 처음 만나뵙게 되었다.

' No '

인터넷 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리를 줄 수 없다고 하신다. 처음보는 순간 ' 이곳에 묵어야겠다!! ' 라고 마음먹을 정도로 쏙 마음이 들었던 숙소였기때문에, 이때부터 방을 얻기위해 마냥 애교 모드가 되었다. 그리고, 할머니를 웃겨드리며 방 좀 달라고 애교를 부리기 시작했다.
결국 할머니는 하루 13Sfr 이었던 군대식(?) 방의 자리를 내어주셨다. 

그리고 그곳에서 우연을 가장한 5일간의 잊지 못할 추억.

여러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고,
동네 슈퍼마켓(Coop)의 맥주를 모조리 털어다 함께 마시고,
보양식을 만든답시고 생닭을 사와서 여행용 삼계탕(?)을 만들어 먹고,
한 여행자가 쓴 방명록에 반하여 Schilthorn Mt. 을 등반하였으며,
소중한 만남을 마음 한켠에 담을 수 있었다.

그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지난 뒤, 왠지 모를 여운이 내 온 몸을 사로 잡았던 그 때...
마을을 뜬 뒤에도 5일간의 시간을 곱씹고, 또 곱씹었으며...

8년 하고도 몇개월이 지난 지금도 다시끔 되 새길수 있을 정도의 소중한 추억으로 내 마음속에, 내 사진속에, 내 글 속에 남아있다.
 

그렇게, 남아있다.

( 숙소를 나선 그날 2003년 8월 12일,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나를 사로 잡았다. )
2003년 8월 12일, Stocki Haus 앞, Switzerland Lauterburunnen

2년이 지난 2005년 겨울 '인솔자' 라는 이름으로 찾아갔던 Stocki Haus...
인터라켄에 숙소가 있었지만 그날 만큼은 그곳이 너무 가고 싶었다. 주인 할머니도 보고 싶었고, 지난 시간 만들었던 추억 어린 곳을 내 눈으로 다시 보고 싶었다. 남긴 방명록을 다시 보고 싶었으며, 그 때의 기억속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었다. 눈으로 뒤 덮힌 그곳에서 주인집으로 가서 노크를 하니 할머니가 나오셨다.

' Are you Remember me..?

할머니는 내가 기억이 난다고 하셨다. 사실일까, 아닐까 긴가민가 하였지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할머니께 2년 전 남긴 방명록을 다시 볼 수 없겠느냐며 말씀을 드렸다. 할머니는 주섬주섬 2층으로 올라가셨고 ' August 2003 ' 라고 적힌 노트 하나를 건네 주셨다.

( August 2003 ... 2005년 겨울의 어느날 낯설지만 낯설지 않은 그곳에서 추억을 꺼내어 보다 )
2005년 2월, Stocki Haus, Switzerland Lauterburunnen

오랫만에 보는 노트를 보며 어떤 내용을 썼었는지 내심 궁금했었다. 긴장과 설레임이 공존하는 그 순간이었다. 노트를 열어 당시 같이 묵었던 사람들의 글을 천천히 보았고, 2년 전 내글까지 함께 볼 수 있었다. 왠지 모를 무언가가 찾아와 내 눈씨울을 붉히는 그 순간이었다.

그만큼 소중했던 짧지만 긴 여운의 시간이 아니었나 싶다. 눈씨울이 붉어지다니.. 바보 같은...

( 여행 43일째로 시작하여 ... 2003.8.11 ... 2년만에 열어 젖힌 방명록의 글... )
2005년 2월, Stocki Haus, Switzerland Lauterburunnen

당시 글을 썼던 기억을 떠올려 보았다.
당시 글을 썼던 추억을 떠올려 보았다.
당시 글을 썼던 만남을 떠올려 보았다.
당시 글을 썼던 자신을 떠올려 보았다.


" 여행은 만남입니다. " 

그 이야기가 더욱 가슴에 묻혔던 그 순간. 5일간의 그 시간이 다시끔 머리속에 Replay 되는 그 순간이었다. 할머니께 감사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다시 그곳을 나섰던 그 추웠던 겨울날.

( 2년 전의 그곳에... 사람들과 함께 했던 그곳에 다시 찾아갔던 그날. )
2005년 2월, Stocki Haus, Switzerland Lauterburunnen

그렇게 Stocki Haus 에서 멀어졌고, 그렇게 Lauterburunnen 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그 후로 시간은 또 빠르게 지나가 6년 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 Stocki 할머니는 아직 살아 계실까? 검색 신공을 발휘해본 결과 아직 잘 계신것 같지만 최근에 다녀오신 분의 글을 찾아보고 싶다. 다시 찾아가게 될 그날 까지 건강하셨으면...

나에게 짧지만 긴 여운을 준 그 숙소의 주인 할머니...
나에게 소중한 만남을 가져다 준 그 숙소의 고마운 할머니...


작지만 평생 잊지 못할 그곳 Lauterburunen 의 스토키 하우스..
우연을 가장한 행복한 만남을 통해 지금까지 나의 가슴속에, 그리고 지금도 나를 움직이는 만남을 선사해준 그 곳.

다시 만날때까지 그 모습 그대로 모든 것이 건강하게 남아있길 바라며.
그리고 내가 지금 바라고 있는 것이, 기다리고 있는 대답이 긍정적이길 바라며.
그것이 내 추억 한켠에만 남은 것이 아닌 당신의 추억 한켠에도 남아 있었던 같은 마음이길 바라며. :)


See You Soon :) Stocki !!! Lauterburunnen !!! & U !!!

by human

여행은 만남입니다.

( 건강하게 꼭 다시 만나요~!! :) to Stocki Haus 할머니 )
2005년 2월, Stocki Haus with House Master
 



( Stocki Haus @Lauterburunnen, Switzerlan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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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ly Human
( 열차에서 바라보는 밖의 풍경은 내 마음을 든든하게 해 주었다. )
2003년 여름 인터라켄 -> 라우터부르넨 이동 중, 스위스


네 번째 이야기 - 여행 그리고 이동(1) - 


:: 만남은 그렇게 찾아온다.. ::


인터라켄에서 라우터부르넨으로 향하는 열차에서 한 여행자를 만났다. 그 여행자에게 스토키 하우스(링크)라는 숙소를 소개 받았고 그 숙소에서 나는 무려 5일이나 묵었다. 그 숙소에서 본 방명록을 보고 쉴튼호른을 등반하였고, 그 숙소에서 매일 닭 백숙을 만들었고, 매일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 여행자는 이 후 터키 관련 서적을 냈고, 그 서적에는 내 사진이 포함되었다.
이 모든 것이 이동 중 열차 옆자리에 앉았던 여행자에 의해 생긴 일들이다... 그 분은 현재 모 방송국에서 예능 작가를 하고 있다.

혼자 여행 떠나기 공항에 도착하기 전에 그런 상상을 해 본적이 있는가?

' 내 옆에는 누가 앉을까..? ' 하는...

여행의 시작점부터 우리는 만남에 대한 설레임을 가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만남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이동 중의 만남은 꼭 사람과의 만남 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창 밖의 모습 하나하나를 눈으로 담고 마음으로 담으며 카메라로 담는다. 그 만남으로 인해 여행의 모든 것이 바뀔 수 있다.
 



( 다음은 어디로 갈까...? )
2007년 여름 토야마시(富山市) 전철 안, 일본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이동 수단은 열차인데, 여행에 필요한 거의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으면서도 의외의 만남이 존재하고 목적지에 정확한 시간에 우리를 옮겨주기 때문이다. 특히, 열차로 하는 여행은 유럽에서 더욱 빛을 발휘하는 것 같다. 거미줄처럼 엮인 유럽의 철도 선로는 완행열차이던 고속열차이던 그리고 야간열차이던 우리를 원하는 그곳으로 이동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열차에 보편화 되어 있는 6인용 컴파트먼트를 혼자 이용하기 위해 커텐을 걷고 들어가는 순간은 그 자체가 설레인다.
 

그들은 어디에서 탔고, 어디에서 내릴것이며 어느나라에서 왔으며 어떤 여행을 하고 있을까...?
 

그 이야기를 함께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유럽 열차에서 보편화 되어 있는 6인용 컴파트먼트이다. 컴파트먼트 안에서 먼저 이야기의 손을 내미는 것은 '나'의 몫이며 자연스레 잡아주는 건 '당신'의 몫 그리고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은 '우리'의 몫이 아닌가 싶다.


( 열차의 설레임... 나만 가진 것은 아닐테지..? )
2003년 여름 하이델베르크로 향하는 열차 안, 독일


이야기를 하며 생각치도 못한 여행지에 대해 알게되고 이내 곧 일정을 바꿀 수도 있다. 
이야기를 하며 생각치도 못한 것들에 대해 알게되고 이내 곧 관심을 가질 수도 있다.
이야기를 하며 짧은 '영어' 실력에 답답해 하지만 이내 곧 손짓 발짓을 섞어가며 이야기 할 수도 있다.
이야기를 하며 나와 다른 너를 이해하는 방법에 대해 알게된다.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이러한 만남은 그렇게 찾아온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가 어딘가로 이동하고 있는 사이에...
그리고, 뜻하지 않게...

( Irish 계의 캐나다인 벤은 공공장소/버스안 에서 맥주 한캔을 마시는 법을 알려주었다... ^^; )
2007년 2월 Banff 가는 GreyHound 안, 캐나다


:: 여행과 이동 ::

' 여행은 만남입니다 '
라는 흔적을 글 곳곳에 남기는 이유는 우리네 인생자체가 여행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 여행에서 만남은 정말 소중한 요소이고 그 만남의 기회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시간이 이동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어 한 페이지를 채우기로 마음 먹었다.

내가 이동 중 만났던 사람들, 풍경들, 이동 수단들 그리고 사건들이 한장 한장 채워질 수 있길 바라며...
그리고 이동 중 들었던 음악들이 울려 퍼질 수 있길 바라며, 다음 주도 '여행과 이동'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

The End of Travel Essay No.4

by human

여행은 만남입니다.
 
The Travelling Blues
The Travelling Blues by sunafter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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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마음속에 담겨져 있는 이동은 언제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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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ly Hu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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