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정되어 있는 목적지... 예정되어 있지 않은 목적지... 이제 어디로 갈까..? )
2005년 2월 베니스로 향하는 야간열차 안, 이탈리아

여섯 번째 이야기 - 여행 그리고 이동(3) - 

:: 어디로 갈까..? ::

여행이라는 계획 아래 세운 여정에서 정확한 루트대로 이동하는 것도 좋지만 테마 혹은 방향만 가지고 이동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특히, 열차여행이 주가 되는 유럽에서는 배낭여행을 하는 여행자들이 중간 중간 만난 사람들과 합류하기도 하고 계획을 바꾸기도 한다. 이렇게 결정 된 목적지에 따라 만남도 그 만남에 따른 이야기도 그리고 다음 목적지의 윤곽도 들어나게 된다.

그래서 매일 저녁 유럽을 거미줄 처럼 잇는 열차는 야간열차라는 이름으로 눈을 감는 도시와 눈을 뜨는 도시의 이름을 바꾸어 준다.

( 파리는 어디로 가느냐에 따라 야간열차를 타는 역이 다 달라진다... )
2003년 여름 마드리드 방향의 야간열차를 기다리며 파리 오스텔리츠역(Austerlitz), 프랑스

눈 뜨고 도착하면 보이는 새로운 광경, 새로운 문화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 그리고 간판들...
지난 밤 만났던 어둠은 우리에게 새로운 만남을 선사해 준다.
그 새로운 만남이 있기 까지 우리는 몇 개월 전부터, 몇 주 전부터 혹은 몇 일전부터 설레임과 기대를 가지고 이동에 임한다. 

사실 어디로 간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그곳에는 나를 기다리는 전혀 새로운 것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전혀 새로운 것... 그것을 기대하기에 이동이 더욱 특별할 수 있다.

( 바르셀로나의 오래 된 길을 걸으며 놀란 사실은
이곳이 1992년 황영조 선수가 금메달을 땄던 레이스를 했던 곳이라는 것이었다. )
2000년 여름 바르셀로나 몬주익 언덕에서 철이 형과, 스페인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곳을 설명해 주는 가이드북이 모르는 사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곳을 말해주는 여행자들이 모르는 사실.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곳을 향하는 기차가 알려주는 그길.


여행지는 그 사실을 미리 알려주지 않는다. 우리가 사전에 책과 인터넷 등에서 알고 가는 사실들은 그냥 '사실' 일뿐 자신이 겪게 되는 여행지에서의 더욱 기억에 남는 기억은 그 '사실'과 또 다른 모습을 남겨주기 때문이다. 곰곰히 생각해 보자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의 가슴속에 남아 있는 기억을... 어디에서 그 기억을 얻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 보자.... ^^

( 저녁 시간에 에펠탑에 올라갔었던 기억이 있었다는 사실도... 에세이 사진을 정리 하며 알았다.. )
2005년 가을 에펠탑에서 바라 본 파리 시내, 프랑스

그 기억이 우리의 목적지를 더욱 특별하게 해 줄것이며, 목적지를 향하는 마음을 더욱 즐겁게 해 줄것이라고 믿는다. 그 믿음과 함께 우리가 이동하는 시간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 보면 어떨까? 벌써부터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특별한 가치가 나를 더욱 즐겁게 해 주리라 하는 생각때문에 말이지... ^^

자.. 다음은 어디로 가게 될까..?

 ( 야간열차를 타는 순간은 언제나 설레인다. 눈 뜨고 일어나면 펼쳐질 새로운 도시가 있기 때문이다. )
2005년 여름 교토에서 후쿠오카로 이동하는 야간열차를 타기 전, 일본

내가 어디로 향한다라는 것에 대해 '여행'에만 국한 된 것이 아닌 나 자신에 대한 앞 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는 요즘이다. 지난 몇 년간을 별 다른 자극없이 막연하게 살아온 듯하다. 에세이를 쓰면서 반성을 한다는 표현을 많이 썼다. 그리고, 앞으로는 잘 해 보리라.. 라는 내색을 펼쳐 왔다. 나의 일을 하면서 블로그에 나의 이야기와 생각을 꾸준히 정리하는게 쉽지 않다는 것을 많이 느끼는 요즘. 조금 나태해진 내 자신을 다시끔 반성하며 이야기의 맥을 끊지 말아야 겠다고 또 다시 다짐했다.

습관은 참 무섭다. 좋은 습관이든 나쁜 습관이든, 몸에 벤 순간 고치기 너무 힘들다. 새로운 이야기가 2주나 늦은것도 갑작이 찾아온 나쁜 습관 때문이었다.. ( 완전 핑계.. )
이동도 마찬가지다. 내가 선호하는 지역에 습관적으로 몸이 따라가게 되어 있다. 익숙하지 않아도, 잘 몰라도 할 수 있고 즐길 수 있는 자신만 있다면 어디서든 무엇을 하든 잘 할 수 있을텐데...

우리가 새롭게 여는 오늘 하루의 목적지가 어디를 향하든 미소 짓고 도착할 수 있기를 바라며.
그리고 여러분이 만들어가는 여행의 목적지가 어디를 향하든 설레임 가득한 마음과 함께 안전하게 도착할 수 있기를 바라며.
다음 이야기는 지각하지 않겠습니다. ^^

The End of Travel Essay No.6

by human

여행은 만남입니다.

( 지는 해는 하루의 끝을 의미하지 않는다. 우리는 다음 목적지를 향해 이동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
2011년 2월 LA행 탑승을 기다리며 시애틀 국제공항,  미국
Posted by Fly Human
( 이동 중에는 이러한 꼬질 꼬질함이 자신에게 허락될 때가 많다.. )
2006년 2월 Johore 에서 Kuala Lumpur로 가는 야간열차 안, 말레이시아

다섯 번째 이야기 - 여행 그리고 이동(2) - 

:: 이동 중 필요한건..? ::

여행 중 이동에 걸리는 시간은 몇 십분이 걸리는 짧은 거리부터 시작해서 몇 십 시간이 걸리는 장거리까지 다양하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이동 했던 것은 2007년 미국여행 때 시애틀에서 라스베가스로 갈때 Grey Hound 로 이동했었을 때로 기억된다. 2번의 경유를 통해 33시간을 걸려 라스베가스에 도착했을 때의 그 느낌이란...

그렇기 때문에 이동 중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하며 무엇을 해야하는지 누구나 고민하는게 아닐까?
물론, 그것은 여행 수단에 따라 많이 달라질 수 있다.

 ( 이동 중 필요한 것은...? 간이 책상에 널부러진 여행책자, 일기장, 가계부 기타 등등.. )
2009년 6월 Adelaide 에서 호주 중부의 Alice Spring 으로 이동 중인 The Ghan 열차 안, 호주

일기장
여행책자
엽서
그리고 음악...?


여행 중 이동시 필수품이라고 하면 일반적으로 내가 떠올리는 것들이다. 그리고, 낯선 풍경을 한장 한장 담아내는 카메라도 이에 포함 되지 않을까 싶다. 거기에 사색이라는 양념을 더하고 지지리 궁상이라고 하는 특이함을 더해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시간을 자기의 시간으로 돌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 된다.

물론 거기에 즐거운 '만남'이 함께 한다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

( 남아공에서 먼길을 날라왔다는 Sue 와 Jane 다정한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미소를 선사 받았다. )
2011년 2월, 시애틀의 Bain Bridge island 행 Ferry, 미국

그 만남을 통해 이동이 더 특별해진다.
그 만남을 통해 이동이 더 기억에 남는다.
그 만남을 통해 이동이 더 짧아진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간다. 그것이 여행 중 이동이고, 이동이 곧 여행이다.

( 때로는 배고픔도 이야기가 된다... )
2007년 2월 Las Vegas로 향하는 Grey Hound, Salt Lake City 에서 버스를 갈아타며 구입한 아침식사, 미국

한번은 독일 맥주 종류가 너무 궁금해서 열차안에 독일인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메모지 한 가득을 독일어로 채워본적이 있다. 물론, 옆에는 발음을 함께 적은 한국어도 빼곡히 적혀있었지만...

같은 방향으로 간다는 공통점 뿐 밖에 없지만, 조금의 뻔뻔함과 미안함을 가슴속에 무장하면 이러한 행동은 조심스럽게라도 누구나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이동 중에는 소심한 ' 뻔뻔함 ' 도 필요하다. 그 뻔뻔함이 하나 둘씩 모여 결국은 즐거운 만남을 만드는 밑거름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여행 중 무언가 모른다고 해서 창피해 할 필요는 없다. 
여행 중 무언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해서 답답해 할 필요는 더더욱 없다.

언어가 다르다 할지라도 손짓 발짓과 함께 자연스러운 미소를 상대방에게 질문을 건넨다면 그것을 자신의 원하는 대답으로 돌아올 것이다. 

( 대답은 곧 행동으로 이어진다. )
2003년 여름 Heidelberg 에서 Berlin 으로 이동하는 열차 안, 독일

2011년 초 일본 가고시마, 사쿠라지마(링크)의 화산이 분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그곳을 갔던 건 6년전 여름으로, 뜨거운 햇살아래 뜨겁게 보이는 섬으로 배를 타고 향했었다. 위험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배 안의 사람들과 화산섬에 간다고 벌써부터 뜨거워 진다고 농담을 주고 받았던 것이 기억나는데...

자신이 이동하며 향하는 곳이 꼭 즐거운 환상만을 가져다 주지는 않는다. 다만, 일단 가겠다고 마음먹고 그 시간 중에 조금의 뻔뻔함을 가진다면 추억의 깊이는 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그 깊이만큼 진한 만남을 가져다 주는 여러분의 이동이 되길 바라며...


The End of Travel Essay No.5

by human

여행은 만남입니다.

( 이 때는 몰랐지... 이 휴화산이 그렇게 무서운 놈이었다는 사실을... )
2005년 여름 사쿠라지마(桜島)으로 향하는 Ferry 안, 일본
Posted by Fly Hum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