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길… 2003년 8월 11일



열세 번째 이야기 - 여행 그리고 청춘(3) -

:: 여행 40여일째.. 지친 청춘이 걸었던 오르막길 ::


2003년 8월의 어느날, 


복학 전 배낭여행으로 계획했던 여정은 어느덧 40일이 지나가고 있었고,

지친몸이 휴식할 수 있도록 암스테르담에서 무심히 탄 야간열차로 스위스로 이동하였다.


라우터부르넨역... @스위스

무언가 홀린듯이 라우터부르넨으로...


인터라켄은 스위스를 방문한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들르는 곳…

하지만, 나는 이곳에서 1박만하고 무언가에 이끌리는 느낌으로 라우터부르넨으로 향하였다.


' 숙소 예약은 당연히 안한 채 ' …


열차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자의 ' 세계 일주의 시작 ' 이라는 말에 끌렸을까.

아니면 그분이 잠시 관두었다는 ' 방송 작가 ' 라는 말이 재미있어서 였을까.


' 워낙 인기있는 호스텔이라 방이 없을지도 모르는데… ' 

라는 말은 귓등으로 들어갔는지...


나는 왠지 재미있을 것 같아 그 분이 예약했다는 호스텔로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 스토키 하우스 ' 


라우터부르넨의 중심가에서 조금은 떨어진 그곳으로 함께 방문한 그 곳은 70대의 스토키 할머니가 운영하는 친근한 곳.


운이 좋게 배정 받은 곳은 군대가 생각나는 한켠의 눕는 곳 이었다.

그리고 그때까지는 상상도 못했다.


' 그곳에서 일주일 가까이 묵을 줄이야… '


라우터부르넨에서의 하루하루는 무언가 정리하는 나날들 이었다.


이곳에서의 하루는

왠지 모르게 바쁘게 지나온 듯한 나의 여정을 되 돌아 볼 수 있었고,

매일 저녁 나는 생닭으로 요리를 하고 있었으며,

여행자들과 함께 25센트짜리 맥주를 함께 하며 이야기를 하는 것과 함께

지친몸을 회복해 나갈 수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호스텔의 방명록을 읽던 중 ' 쉴튼호른 ' 이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무모한 발 걸음 ' 


이렇게 정상을 향하는 이유는 각자 다른,

' 젊음 ' 이라는 두 글자로 4명의 쉴튼호른 원정대(?)가 조직되었다.


한 형님은 결국 등반스틱 하나를 구매했던 오르막길…

모두 잘 지내고 있을까?


해발 800m 정도 되는 라우터부르넨에서 정상 높이가 3000m 가까이 되는 쉴튼호른까지의 등산이라는 이름의 등반은 결코 쉽지가 않았다.

경사는 가파렀으며, 출발할 때 그 흔한 등산스틱 하나 가지고 있지 않았던 우리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이미 시작한 일 멈출수는 없었다. 

그리고 주위에서 펼쳐지는 풍경은 


' 조금만 더 힘내 ' 라고 응원해 주는 것 같았다.


' 힘내 ' 


라우터부르넨을 떠난지 5시간이 지났을때 였을까. 

허벅지 부근이 좀 이상하다. 

그렇다. 여행을 하다 몇일 쉬었던 내 다리는 깊은 경사를 이기지 못하고 쥐가 나기 시작했던 것이다.


' 조금만 더 가면 되는데… '


천천히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을 옮기며 정상으로 올라갔다.


힘들땐 주위를 다시 둘러보았다. 그리고 걸어온 길을 다시 돌아 보았다.

그리고 다시 한 걸음 한걸음을 내 딛기 시작하였다.


뒤를 돌아보면 걸음을 더더욱 멈출 수 없었다.


또 다른 2시간이 지나갔고, 마침내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4명 모두 왠지 모를 뿌듯함에 밝은 미소와 서로 한 마디씩을 건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수고했어 ' 라고...


' 수고했어 '


오르막길이 있다면, 내리막길이 있는 법.


나를 제외한 분들은 케이블카로 내려가기로 결정을 하였고,

나는 오르면서 못 본 풍경을 두 눈으로 똑똑히 담기위해 등산스틱 하나를 빌려 그것에 의지하며 다시 라우터부르넨을 향해 천천히 걸어내려갔다.


'해가 지기 전에만 내려가보자 ' 라는 생각 밖에 없었다.


등산스틱 하나로 의지하며, 다시끔 경사가 가파른 내리막길을 내려가고 또 내려갔다.


올라올때 보지 못했던 많은 광경들에 즐거웠고, 어느덧 다리에서 느껴지던 통증은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 해가 지기 전에 못 내려가면 어떻하지? ' 라는 걱정은 


이내 곧


' 내려갈 수 있어 ' 로 바뀌기 시작하며, 지친 마음은 조금씩 회복되기 시작하였다.


주위의 경관은 내리막길의 큰 힘이 되었다.


내려오는 4시간여 동안 

내 두귀에는 ' 이승환 ' 의 음악이 흘렀으며,

내 두 눈으로는 알프스의 산을 시종일관 담을 수 있었다.  


머릿속에는 그동안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기 시작하였으며,

여행 후 ' 복학생 ' 으로 어떻게 학교생활을 할지에 대한 고민은 머릿속에 잠시 머물다가 이내 곧 사라졌다.


그렇게 내리막 길을 내려오고 또 내려왔다.


' 뭘봐? 해지기 전에 어서 내려가!! ' 라고 말하는 듯 하였다.


해가 뉘엿 뉘엿 저물기 시작한 시간 8시 30분.

라우터부르넨의 마을이 보이기 시작하였고, 장장 12시간의 쉴튼호른의 왕복의 시간은 그렇게 끝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생각나는 이 한 마디.


' 즐거웠다 ' 


12시간만에 들어선 마을에 들어가며 생각했던 이 한마디가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여정의 끝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때로는 참을 수 없는 괴로움과,

때로는 미친듯이 힘들든 순간이 다가올 수 있다.


그래도 마침내 ' 즐거웠다 ' 라고 마무리 한다면, 그 여정은 언제나 즐겁게 기억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그 즐거운 추억을 뒤로 한채 다시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리고 2005년의 겨울 유럽 배낭여행 인솔자라는 이름으로 다시 라우터부르넨에 잠깐 방문할 수 있었다.


2005년 겨울 그곳에 잠시 들렀다.


그때의 기억이 다시 보고 싶어서였을 것 이다.

그리고 추운 겨울로 임시 휴업이었던 스토키 하우스로 향하였다.

 

쉴튼호른을 다녀온뒤의 벅찬 느낌을 남기기위해 적었던 방명록을 다시 보기 위해서였다.


나를 기억못했던 스토키 할머니에게 2003년 8월의 방명록을 꺼내달라고 정중히 부탁을 하였고,

할머니는 책장을 유심히 보아 고르더니 기억을 하지 못하는 낯선 동양인에게 ' 2003 AUGUST ' 라는 라벨이 붙어 있는 노트 하나를 건내 주었다.


2005년 다시 만났던 2년전의 이야기


그것을 읽어 내려가며, 눈가에는 촉촉한 무언가를 담아내기 시작하였다.


아마도, 돌이킬 수 없는 2년 전의 이야기를 다시 만난 방가움과 당시의 수 많은 잊혀진 추억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청춘이라고 ' 주장 ' 하는 지금.

30대 중반을 훌쩍 넘기고 있는 2017년 새해를 맞이하며, 어찌보면 바보같은 생각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의 지친 청춘이 오르막길을 오르며 느낀…

그리고 다시끔 내리막길을 내려오며 느낀 것들은 지금을 살아가는 좋은 원동력을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이든다.


두려움이 많아진 나이, 지친 30대.

그날의 지친 청춘을 다시 생각하며, 다시끔 오르막길을 걷는데 방해가 될 두려움과 주저함을 조금이나마 없앨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오늘을 살아가는 나와 같은 30대들이 2017년을 더욱 가슴을 활짝펴고 살아갈 수 있기를...


The End of Trave Essay No. 13

#humantravel #humanessay #오르막길 #지친청춘 #여행 #스위스 #라우터부르넨 #쉴튼호른 #힘내자30대


이 방명록을 다시 볼 수 있을까???



그리고 ' 오르막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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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Fly Human

추억 #1 - 쉴튼 호른, 그 아득한 추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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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쉴튼호른 등반 후 하산 할때... 11 Aug, 2003)


2003년 여름 유럽과 지중해를 돌고 돌아, 스위스의 라우터 부르넨에 정착한지 3일째 뒷동네 산처럼 느껴졌던 쉴튼호른산에 그냥 등반하고 싶어졌다.

' 왜? '

근 50여일이 다 되어갔던 여행동안 새로운 주제를 찾지 못했던 나에게 그동안의 여행을 정리 하고 앞으로를 생각할 여유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 케이블카를 타기 싫어서( 탈 돈이 없어서? ^^;)

스토키 하우스의 형님 둘, 그리고 동생 하나를 포섭해서 4명의 원정대를 조직 8시간여 시간동안 정상에 올랐다.

하지만, 오랫만에 하는 등반이라 그런지 발목이 살짝 고장이 났는데, 케이블카로 하산하자는 형님들의 말이 귓속에 들리지 않았다. 형님 한분이 빌려주신 등산용 지팡이로 천천히 하산을 시작하며 대자연의 느낌을 맛 보았다.

'이래서, 내가 시작 했구나. '


라는 느낌과 함께 4시간 30여분의 하산시간에 해가 뉘엇 뉘엇 지어지기 시작할 무렵 겨우 라우터부르넨 마을에 다시 도착 할 수 있었다. 축하 파티 그리고 숙소 사람들과의 무용담, 그리고 다녀 왔노라 하며 적었던 방명록까지 그 때의 기억들은 나의 소중한 여행추억으로 자리 잡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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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겨울, 인솔갔을때 다시 스토키 하우스를 들려 2년만에 보았던 나의 방명록, 왠지 눈이 촉촉히 졌었다는...

2008년을 사는 나에게 '도전'이라는 두글자는 낯설지가 않다. '쉽게 여행을 한다 어렵게 여행을 한다' 기준은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그 기억으로 앞으로 해야 할 진정한 '도전'에 두려워 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써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2008년 10월의 어느날 난 사진 몇장으로 그때를 기억해 본다. 새로운 한주를 힘차게 시작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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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만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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