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LYING HUMAN/#flyhuman

[휴먼의 항공이야기] 당신의 푸른 하늘은 안녕하십니까?

by Human 2020. 3. 30.

인천공항에서 이륙하는 대한항공의 A380
#PENTAX #K100D #20191228 #ICN

:: 누구에게나 있는 첫 비행의 기억 ::

본가에서 독립하기 위해 내 방의 짐을 하나씩 정리했던 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책자를 정리하던 나의 눈에 들어온 한 수첩이 있었는데, 표지에 쓰인 글씨는 나의 것이었다.

'어 이것은 뭐지?' 라고 손에 들었던 수첩은 국민학교(현 초등학교) 5학년 시절 적었던 일기장.

일기장의 하루는 ‘비행기를 처음 타는 어린아이’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있었다.

그리고 그날이 생생하게 기억이 났다.

그 비행기는 푸른 빛의 대한항공이었고, 
이쁜 승무원분이 나에게 장난감을 선물로 주었으며,
창밖에 놀라운 광경에 눈을 떼지 못했다는 것을...

어느 날 하늘 위
#SONY #RX100M3


비행기를 꽤 자주 타기 시작한 것은 항공사에 입사한 뒤부터였다.

기회가 되면 가까운 일본을 찾았고, 현지에 있는 친구들을 만났다.

지금 생각해보면 '비행기를 타기 위해' 일본에 갔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탄 것 같다.

많은 것들은 하늘에서 글로 정리하였고, 
때로는 다음 달에 대한 다짐을 
때로는 지나간 달에 대한 반성을 하늘 위에서 하곤 했다.


하늘에 있는 시간은 나에게 있어서 굉장히 소중한 그런 시간이었다.

나리타 공항 제2터미널의 전망대
#SONY #RX100M3 #NRT


동경에 오간 횟수가 많아서인지 몰라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공간은 나리타공항의 전망대이다.

나리타 공항의 2터미널의 전망대 근처의 세븐일레븐에서 2~3개의 맥주를  사서 뜨고 내리는 비행기를 보며 그때그때의 방문을 정리하였다.

'오늘은 이륙하면 이런 느낌이겠지?'

'오늘은 돌아가는 기분이 이렇겠지?'

'내일 출근하면 이것저것을 해야겠지?'

'이 기억은 돌아가면 잊어야지' 

특히 2014년~2016년 사이에 그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고, 
많이 웃었고,
많이 아쉬워했으며,
많은 것을 정리했다.


하늘위에서는 이런것도 가능하다.
#SONY #RX100M3 #OZ


기억에 남는 비행은 남미 여행 후 들렀던 뉴욕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아시아나의 퍼스트 클래스를 탔을 때였다.

창가를 좋아하는 내가 하나의 창문이 아닌 여러 개의 창문으로 밖을 구경할 수 있었고,
몇 종류가 아닌 20여 개 가까운 술의 종류를 천천히 음미(?)하며 15시간의 비행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늘은 이코노미 / 비즈니스 / 퍼스트를 구분하지 않는다.

적절한 구름이 섞인 푸른 하늘이라면 어디서든 
'내가 푸른 하늘에 있구나' 라고 알려주기 때문이다.

적절한 오버액션이 가능한 것도 그 하늘 위에 있어서이지 않을까?

그 날의 일출이 기억나는 이유
#SONY #RX100M3


기억에 남는 하늘 위의 광경은 노르웨이 스타방에르에서 독일의 베를린으로 비행을 할 때 탔던 Norwegian Air (노르웨지안 에어)에서 본 일출의 하늘이다.

새벽 4시쯤 일어나 분주하게 호텔에서 공항으로 향하였던 조급함을 일시에 녹여준 멋진 광경.

붉그스름과 푸르름이 적절하게 섞인 파스텔화 같은 풍경이 눈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7C, 제주항공
#SONY #RX100M3


내가 기억하는 푸른 하늘에 대한 많은 기억만큼, 여행을 좋아하는 이들이 기억하는 푸른 하늘의 기억은 더욱 다양할 것 같다.

10개가 넘는 항공사는 작년까지 저마다의 장점으로 많은 승객이 푸른 하늘과 만날 수 있도록 해 주었지만, 
올해는 새롭게 시작하는 여러 시도도 못 해본 채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의 영향으로 날개가 꺾일 위기에 접한 곳도 많아 보이는 것이 못내 안타깝다.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만 있던 대한민국에서 승객 저마다 가지고 있는 여정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한 부담을 덜어 주기위해  LCC 라는 이름으로 많은 항공사가 취항을 시작한 이래로 가장 힘든 시기

저마다의 방법으로 이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여행자 각자가 기억하는 푸른 하늘을 다시 만나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도록 말이다.

'푸르름으로 뒤 덮인 그곳은 오늘도 안녕하십니까?' 

Let’s fly Again!

'비행기는 천천히 가다가 점점 빨리 가더니 날았다. 처음에는 집이 좀 크게 보이더니 조금 지나니까 전체가 다 장남감처럼 보였다. 구름 위에 올라오니까 구름이 산과 바라, 육지처럼 보였다. 아래도 구름이 있었다. 처음 보는 하늘의 전경은 참 멋있었다. 점점 가다가 대구 공항이 보였다. 굉장이 빠른 속도로 착륙을 했다. 착륙할때 충격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