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ENTAX P50, 50mm의 시선, Last Day ::
옛날 옛적에 나의 유럽 배낭여행 때는 자동카메라의 힘을 빌러 필름을 교환해 가며 50일간의 유럽여행을 다녔더랬다.
디지털카메라가 없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마냥 좋았던 그때의 그 순간만 남기면 되었던 그런 나날들이었다.
처음으로 수동 필름 카메라를 가져갔던 것은 참 좋았던 선택이었다.
피사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지만, ‘나의 어설픈 시선’을 조금은 이해하게 해 준 그런 나날들이었다.
‘그 어설픈 시선’의 마지막 이야기.
카메라 : Pentax P50
렌즈 : PHENIX F1.7 50mm
필름 : KODAK Color Plus ISO200 36롤
Lac Léman
아침의 싸늘한 기운이 저 멀리 보이는 산과 어울리는 듯했다.
여름의 호수가 금방이라도 뛰어들고 싶은 곳이라고 한다면, 가을의 호수는 눈에 오래오래 담고 싶은 그런 곳이었다.
그 가을의 호수는 자기뿐만이 아니라 자기 옆의 친구들도 같이 기억하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Flower, Red
호수변은 알프스 친구들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행행 색색의 꽃 친구들이 함께 존재하였다.
그중의 빨강으로 휘두른 꽃이 나의 시선을 빼았았다.
He
그는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첫날 그 어두운 시간에도,
둘째 날 해가 지는 시간에도.
마지막 날 해가 떠오른 지 얼마 안 된 시간에도.
그 자리에 서 있었다.
SBB CFF FFS
Schweizerische BundesBahnen(SBB, 독일어)
Chemins de Fer Fédéraux suisses(CFF, 프랑스어)
Ferrovie Federali Svizzere(FFS, 이탈리아어)
스위스 연방 철도, 세 가지의 이름은 스위스의 Identity 그것이었다.
Montreux
이 작은 도시에서 아시아의 작은 나라에서 온 여행자가 2박 3일을 묵기로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다만, 이 도시였기 때문에 가능했고 이 도시였기 때문에 즐겁게 여행했던 것 같다.
Montreux, 잊지 못한 그런 도시이다.
Check-in
사람이 많이 없는 수속 창구.
빠르게 짐을 맡기고 티켓을 받았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들었다.
돌아갈 때는 기다림마저도 하나의 이야깃거리가 되기 때문이다.
to Amsterdam
누군가는 최종 목적지로.
누군가는 최종 목적지로 가기 위한 경유지로.
아직 여정이 끝나지 않았음에 조금 안심을 했다.
Good Bye
상해 경유가 남았지만, 이 문을 들어서는 순간 유럽 여정은 이제 마무리가 되었다.
기나긴 비행이 걱정되지 않았다.
여정 후의 기나긴 여운이 걱정이 되었다.
‘나 자신은 필름 카메라를 다루는 초보야!’라는 마음으로 ‘필카 꿈나무’가 되기위해 여정의 한컷 한컷을 나름의 소중한 방법으로 남겨보았다.
당장 볼 수 없는 결과물이었기에 여정 후에 어떻게 남을지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를 위한 두려움도 있었다.
한국에 돌아와 결과물을 보고 조금은 안심을 했다.
걱정한 것만큼 초점이 안 맞거나 엉망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완벽하지 않으면 어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적어도 PENTAX P50과 PHENIX 렌즈는 나에게는 세상을 ’50mm’의 화각으로 보여주었고,
여정이 끝난 뒤까지 기다리게 밀당의 느낌을 주었기 때문에 이 여정의 필름 결과물은 참 소중했다.
그 소중한 결과물을 ‘50mm의 시선’이라는 이름으로 남길 수 있음에 감사하며,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는 우리네 삶에 조금은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남기는 여정’이라는 것이 더해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여행은 만남입니다’
2018 휴먼의 배낭여행 50mm의 시선 Last Story, No.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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